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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2학기 - 방송통신대 컴퓨터 과학과 3학년 편입 후기

makeitworth 2022. 12. 21. 13:09

9월 초에 방통대 컴과에 편입했다고 글을 썼었는데 (https://rollingsnowball.tistory.com/299)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 지난 주말에 첫 기말고사를 쳤다. 나도 편입을 결정하면서, 수업 수강신청을 하고, 공부를 하고, 시험 준비를 하면서 때때로 다른 선배님들의 후기를 본 것을 참고하고 도움도 얻었기에 개인 정리 겸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내 경험을 정리해본다.

편입 결정 이유

먼저 나는 문과 출신에 컴퓨터 또는 IT 기술에 대한 베이스가 전혀 없다가 (약간의 경험이 있다면 앱 컨텐츠, 기획 쪽 일을 했다는 것 뿐) 1년 정도 ML AI 수업을 듣고 취업해서 일하게 되면서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한 이해가 없는게 아쉬워서 편입을 결정한 케이스이다. 당연히 회사 일을 계속 해야했기에 주경야독을 하기 위해 방통대 편입과정을 밟기로 결정했다.

수강 과목 신청

아무래도 개설된 전공 과목이 많지는 않다. (참고 : 방통대 컴퓨터과학과 교육과정, 2023년 컴퓨터과학과 개설교과목 안내) 한 학년 당 3~5과목 정도의 전공이 개설되어 있고, 편입하면 3학년이긴 하지만, 다른 학년의 과목을 물론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학기는 첫 학기라서 그런지 내가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도 링크의 교육과정에서 3학년 2학기에 해당하는 과목들이 수강신청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8월 말과 9월 초에 수강과목 변경이 가능한 기간이 있었다. 나는 교양과목 말고 전공 과목만 수강하고 싶었고, 또 JSP 같은 내 실무와 너무 거리가 먼 과목을 수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3학년 과목 중에서는 컴퓨터구조, 컴파일러구성, UNIX시스템 세 과목만 남기고, 나머지는 2학년 전공인 프로그래밍언어론자료구조를 수강했다. 2학년 전공 중에 선형대수도 있었는데 이 과목은 1학기에 있는 이산수학이 선수과목이라고 해서, 그리고 내가 수학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문과의 굴레 ㅠㅠ) 다음 학기에 이산수학 수강 후 들을 생각으로 수강하지 않았다.
이렇게 전공 5과목에 나머지 한과목으로 원격교육의이해 과목을 들었는데 이건 내 선택이 아니라 모든 신,편입생이 첫 학기에 수강하는 과목이라고 한다. 시험을 치거나 하진 않고 동영상 강의만 보면 되서 일종의 '학점 주는' 과목이었고(1학점이긴 하지만), 온라인 교육에 대한 안내 및 방송통신대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교과목이었다.
그리고 처음엔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몇가지 과목들은 선수과목(이 수업을 수강하기 전에 먼저 수강해야하는 과목)이 있어서 해당 내용에 대해 미리 안다 치고 강의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2학기에 편입했기 때문에 더 선행 후행 과목에 대해 체감되었다. 특히 1학년 1학기에 C프로그래밍 과목이 있어, 여러 과목에서 C언어를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수업이 진행되었다. (자료구조, 프로그래밍언어론, 컴파일러구성) 다행히 뒤에 시험에 대해 얘기할 때 언급하겠지만, 시험이 4지 선다 객관식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C언어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도 처음에 당황했을 뿐 수업을 듣거나 시험을 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른 선배님께서 선수과목에 대해 잘 정리해주신 포스트를 올려주셔서 이 포스트를 보고 참고했으면 좋겠다.

공부

원래 방송통신대학도 출석수업이 있지만, 업무와 병행이 어려워서 모두 출석대체시험으로 신청하였다. 그래서 모든 학습을 온라인으로 했다.

내가 공부할 때 사용한 material은 1. 동영상 강의 2. pdf 강의록 3. 교재(e-book) 4. 기출문제(2017년 ~ 2019년) 4가지였다.

1. 동영상 강의
온라인 동영상 강의 수강은 매우 쾌적했다. 방송통신대학 학사 홈페이지는 놀라울 정도로 구식인데, 학습 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은 매우 쾌적했다. 나는 뒤늦게 커리어 전환을 했기 때문에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정말 많이 사용했는데, 방통대만큼 여러 플랫폼(나는 맥북,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아이폰 모두 사용하는데 모두 원활하게 동영상 학습이 가능했다)에서 큰 오류없이 잘 작동하는 앱이 잘 없다.

그리고 강의를 다운로드 받아서 오프라인으로 재생하는 것도 아주 쾌적했다. 그래서 나는 대체로 동영상 강의를 앱에서 다운받아놓고 통근하면서 공부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통근시간이 지하철 안에서만 1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영상 2개 시청을 목표로 수강했고, 딴짓 한다고 해도 하루 1개 정도는 꼭 보려고 노력했다. 보통 1 강좌당 1시간 전후의 동영상 강의가 15개 있기 때문에 15*6= 90강이고 평일에 하나씩 들으면 18주 즉 4달이 넘게 걸리기에 시험 준비하기엔 좀 모자라다. 하루에 2개 정도 들으면, 과제 있을 때는 과제하느라 못듣고, 기말시험 때는 복습하고 시험준비하는 기간을 감안해 딱 적당한 것 같다.
이번 학기에는 그런 계산을 잘 하지 못해서 하루에 1개 정도 들었고, 막판에 시험 기간에 과부하가 와서 부랴부랴 주말에 3~4개 씩 몰아서 수강하는 문제가 생겼다.

2. pdf 강의록
강의동영상에 아주 만족한 것에 비하면 강의록은 실망스러웠다. 강의를 수강하는 학습 사이트에서 pdf 강의록을 다운로드해서 공부할 수 있다. 물론 모 KDT과정처럼 온라인동영상 강좌를 제공하면서 pdf강의록조차 주지 않는 만행을 저지르지는 않지만, 순수한 pdf 노트만 제공해서 아쉬웠다. 유일하게 자료구조 과목만 동영상 강의를 듣고 학습사이트에서 연습문제를 풀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능이 있는데 다른 교수님들은 왜 사용하시지 않는지 아쉬울 정도였다. 강의를 수강한 후에 interactive 한 환경에서 퀴즈를 풀면서 복습, 환기가 되고 본 강의의 핵심 포인트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인데 말이다.
그리고 pdf는 교수님께서 강의하실 때 사용하시는 ppt 파일을 그냥 pdf로 뽑은 것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기 좋은 format은 전혀 아니었다. 특히 나중에 복습하면서 시험 준비할 때 정말 답답했다. 쓸데없이 페이지 수만 많고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정보의 양이 적기 때문에 학습하는 내용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면서 공부하기에 용이하지 않다. 몇몇 과목은 결국 pdf 강의록을 보면서 내가 다시 정리하는 노트를 작성했는데, 바쁜 와중에 그것까지 하느라 시간이 아까웠다. (일부 과목은 A4 형식의 요약노트도 있는데, 내가 수강한 과목 중에는 내 기억에는 자료구조 1과목 뿐이었던 것 같다.)

어째튼 나는 아이패드 굿노트앱으로 강의록 파일을 열어서 펜슬로 노트하면서 강의를 수강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서서 강의를 수강한다면 불가능한 방법으로 역시 불행인지 다행인지 종점에서 종점을 갈 정도로 멀리 지하철 이동을 해서 거의 항상 앉아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학습법이었다.

3. 교재
오프라인으로 책을 볼 때 장점이 있긴 하지만, 거의 출퇴근시간에 공부하기 때문에 책을 들고다닐 자신이 없었다. 모든 교재를 리디북스 사이트에서 구매해 e-book으로 봤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교재로는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다. 출퇴근시간에 동영상 강의 수강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교재를 보면서 복습 및 심화학습을 하는게 베스트일 것 같은데, 솔직히 퇴근 후에 공부하기는 쉽지 않았다.
교재는 나중에 시험이나 과제를 준비하면서 강의와 강의록 노트로 주로 공부하되 어렵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고 복습하거나 워크북이 있는 과목의 경우 워크북의 연습문제를 풀고, 이를 풀이하면서 교재를 확인하는 식으로 부분적으로만 활용했다.

4. 기출문제
약간 민감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시험 부분에서 다시 자세히 말하겠지만, 현재의 방통대 시험은 태블릿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예전의 종이 시험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기출문제는 시험방식이 바뀌기 전의 2017년부터 2019년 문제만 학습사이트에서 제공한다. 그리고 몇몇 과목은 체감상 80% 가까이 기출에서 문제가 나왔다.
그래서 20년 이후의 기출문제는 더이상 제공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기출문제를 활용해 공부하는 것도 내가 공부하는 내용의 핵심 사항 및 혼동이 오는 포인트를 잡아주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기출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커리큘럼을 반영한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될텐데, 그건 아쉽다고 생각한다.

시험

시험은 오프라인으로 쳤다. 근데 오프라인이라고 하면 좀 이상한데, 시스템은 온라인으로 구축되어 있어서 오프라인 시험장으로 가서 정작 시험은 태블릿에 있는 앱을 실행해서 친다.  앱에 학번으로 로그인하면 내가 칠 시험 문제가 뜨는 식. 이럴거면 굳이 왜 정해진 시험장에 정해진 시간에 가서 시험을 쳐야 하나 싶지만 그래도 이렇게 앱으로 시험을 치기 때문에 한 강의실에서 서로 다른 과목 시험이 가능하고, 그래서 시험치는 시간 옵션이 굉장히 큰 편이었다. 나는 모두 일요일 저녁 6시로 선택해 시험을 쳤는데, 왠만한 직장인 생활인 분들은 오프라인 시험이라도 본인이 맞는 시간 선택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시험 문제는 이와 같은 제약사항 때문인지 모두 4지선다 객관식으로 출제된다. 솔직히 컴퓨터과학과 전공지식을 평가하는데 적합한 방식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송통신대의 목적과 취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는 간다. 적어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재와 강의를 성실히 공부(나 정도로 하루 한두시간 꾸준히 투자)하면 A B는 충분히 나오게 되어있고, 공부를 전혀 안하고 기출문제만 단순 암기해서는 기출을 거의 똑같이 내는 과목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그정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쉬운 점 또는 고민되는 점

나는 데이터 사이언스 쪽에 있지만, 컴퓨터공학쪽에 대한 기본기를 쌓고 싶어서 데이터 통계학과가 아닌 컴퓨터과학과를 선택한 것이긴 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내 실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과목은 UNIX뿐이었다. (컴퓨터과학과에 관련과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등의 소수 과목이 개설되어있다)
그래서 업무도 바쁘고 방통대 외에 다른 공부하기도 힘들땐 업무관련 기초지식을 배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복수전공제도를 활용해 한 두 학기 정도 더 수강하고 컴퓨터과학 테이터통계학 복수전공을 할까 고민중이다. 단, 데이터 통계학과도 기초학문 위주로 공부하지 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실무에 대해 배우는 건 아니다. 그래서 시험준비하는 마지막 한달은(나는 출석대체시험을 신청해서 기말 2주 전에 또 시험이 있었다)  내가 왜 이걸 신청했을까 후회도 했다. 그 시간에 코세라나 유데미 아님 패캠이나 인프런에서 컴퓨터 비전 수업을 들을 걸 하는 후회말이다. 그렇지만 또 힘든 시험 기간이 지나고 보니 또 '역시 기본기가 있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고, 방통대 수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

물론 찾아보면 각 과목 별로 방통대 강의보다 더 훌륭한 강의가 있겠지만, '스스로 독학'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꾸준히 하기, 늘어지지 않고 완수해내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방통대라는 울타리와 정해진 가이드라인 안에서 공부하는 걸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지금 방통대 다음 학기 신편입생을 모집중이라고 하니, 고민중이신 분들은 신청하는 걸 추천한다.